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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비극입니다”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의 반이 보안 프로그램이에요”

“엑티브엑스(ActiveX) 가니 더 센 놈(.exe)이 나타났다”

“‘스타워즈-클론의 역습’ 뺨치는 ‘창조워즈-.exe의 역습’”네티즌이 ‘부글부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ActiveX를 없애겠다더니 나타난 ‘.exe’ 때문인데요. 정부와 뭇 언론이 .exe를 마치 대단한 신기술인 것처럼 광고하는 바람에 홧병은 더 커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컴퓨터에 깔린 서른개 가량의 .exe 파일을 보여주며 “여러분의 컴퓨터를 지켜줄 완벽한 보안 솔루션입니다”라며 비꼬았습니다.컴퓨터의 메모리를 .exe 파일들이 잠식한 모양새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깔아야 하고, 그 종류도 수십개에 이르니 피로도가 쌓이는데요. 

이런 불편은 컴퓨터가 다소 느려지는 것으로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보안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라는 실상을 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왜 해외 사이트에는 없는 ‘보안 프로그램’이 유독 우리나라에만 많은 것일까요?

“까라면 깐다” 군대식 문화가 빚은 코미디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공인인증서와 ActiveX 때문에 외국인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고 지적한 이후입니다다. 

정부는 즉각 “오는 2017년까지 국내 민간 주요 100대 웹사이트의 90%에서ActiveX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인터넷쇼핑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는 것이죠.

 7월 미래창조과학부가 ActiveX 없는 공인인증서 보급을 추진했는데 이어 9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쇼핑에서도 AcitveX를 추방하기로 했습니다. 

10월에는 금융위원회가 보안프로그램 설치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죠.

 ActiveX가 떠난 자리, 보안은 누가 책임지나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미래부는 업계에 ActiveX 대신 .exe 방식의 보안 프로그램 개발을 지시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exe’ 방식의 프로그램이 웹표준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일단 ActiveX만 아니면 된다’에 가까운 “눈 가리고 아웅”식의 요구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ActiveX를 사용해 실행되는 보안 프로그램이 문제. 국제적 웹 표준에 맞춰 보안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이 언급한 ActiveX만을 삭제하면 된다”는 식의 상명하복 문화가 이런 촌극을 빚은 것이지요.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아마존이나 유튜브 등의 해외 사이트에서는 해킹방지프로그램 등을 설치하지 않고 결제가 가능합니다. 이는 보안에 필요한 조치를 이용자들에게 떠넘기는 식이 아니라 인증서버 등 결제시스템 내부에 마련했기 때문인데요. 평소와 다른 유형의 거래가 발생하면 즉각 탐지해 경고하는 ‘부정거래방지시스템(FDS)’가 그 예입니다. 

국내 결제대행사(PG)에 의무적으로 자체FDS를 구축하도록 하는 방안은 올해 7월에서야 시행되는데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공인인증서와 보안프로그램 3종(방화벽, 키보드보안, 백신)만 설치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왔습니다.

유통 구조도 문제입니다. 해외에서 결제를 하면 보통 결제대행업체(VAN)에서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국내는VAN사에서 카드·은행사와 보안업체, 공인인증업체까지 관여하는데요.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필요한 보안 프로그램도 많아지는 건 당연합니다.한 전문가는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국내 업계 풍토에 대한 고찰 없이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 드니 문제가 생겼다”며 “금융사와 결제 업체 등에 보안의 법적 책임을 물으면 시장이 더 잘 해결할 일”이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군요.네티즌의 불만이 이어지자 나온 자조적인 위로가 눈길을 끄네요.“국가가 소비자 위한 것 봤나요? 은행 돈 잃으면 애꿎은 우리 책임이지… 그러려니 합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Posted by 킴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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